우리나라에서 에니메이션에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가진 마니아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국산 에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재패니메이션 쪽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은듯 싶습니다. 이분들을 만날때 마다 어설프게 아는척을 하는것은 금물입니다. 특정 작품에 대해 시즌별, 작화별, 연도별, 심지어 작품에 참여한 채색작가들의 명단까지 외우고 있는 이들 앞에서 잘난척 하는것은 MB 각하 앞에서 삽질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테지요. 그네들의 열정을 느낄때마다 그야말로 감탄을 금치 못하곤 합니다. 이분들 덕분에 아마추어 만화동호회 전시회도 다녀보고, 새로나온 에니메이션도 종종 빌려보곤 하지요. 더불어 매년 한 두번 정도 꽤 특색있는 행사에 초대를 받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즉 코스프레(cospre) 행사에 말입니다.
지인들의 초대가 아니더라도 간혹 여름, 가을 시즌에 서울 거리에서 특이한 복색을 하고 다니시는 일련의 군중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제가 만화나 에니메이션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은 전혀 없지만 어느정도 유명한 작품들은 챙겨보는 편이기에 그 특이한 복색이 만화 주인공들을 따라한 복색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하는 풍경인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이 코스프레에 많이 참여하는데요. 아무래도 그네들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만화 주인공들과 상당수 매치되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 어색해 보이진 않아 보입니다. 물론 제법 나이든(?) 마니아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복장이 어울리고 안어울리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행위를 실천하는 것은 자유국가에서 사는 국민의 권리일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표현한 캐릭터가 어떤 만화,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인지, 어떠한 만화 캐릭터를 가장 많이 흉내내는지 살펴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러시아에도 코스프레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소식을 들었을때는 좀 놀랐습니다. 러시아에 일본 에니메이션이 어느정도 퍼진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코스프레까지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7년에는 공중파 방송에 등장할 정도로 꽤나 넓게 퍼져가는 추세입니다. 심지어 얼마전에는 컨테스트까지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왜 코스프레를 볼때 우리나라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서양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금발 가발을 쓰고 있는게 다소 어색해 보일때가 있지 않나요? 그런면에서 러시아 코스튬 플레이어(코스퍼, 코스어)는 어색하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에 동양 캐릭터를 흉내내는 것은 같은 의미로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러시아판 코스프레 역시 재패니메이션 캐릭터가 강세이긴 합니다만 러시아 자국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구현한 복색도 간간히 보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러시아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어떤 캐릭터를 선호하는지 한번 둘러보시죠. 얼마전 열린 제 8회 러시아 에니메이션 페스티발의 전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