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옥서생 귀환(歸還) - 4
블로그 무림이 발칵 뒤집혔다. 한때 무림 최고의 석학(碩學)이자 장파 고수로 추앙받던 지옥서생(地獄書生) 리드미가 남긴 광오한 한 줄짜리 글 때문이었다.
' 강호에 존재하는 모든것을 멸(滅) 하리라! '
이 글은 강호 각 문파, 개개인에게 일일이 트랙백 되었다. 더불어 웃대와 디씨인사이드 등을 통해 삽시간에 강호에 알려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리드미를 사칭한 어떤 이가 그의 아이디를 도용한 장난이라 여겼던 이 글은 전문가들의 감식 결과 지옥서생 리드미의 IP주소로 드러났다.
충격이었다.
더불어 지옥서생을 직접 만나 이 내용을 들었다는 몇몇 무림인들의 증언이 이 글의 진위성을 뒷 받침해 주었다. 그들은 테도문의 제자들이었고, 지옥서생을 모질라 산맥부근에서 목도하였다고 했다.
그 후로 몇 일 뒤 다시금 광오한 한 줄짜리 글이 각 문파로 트랙백 되었다.
' 고통스럽게 죽고싶지 않은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 이것이 내 그대들에게 베푸는 마지막 자비가 될것이다. '
이런 지옥서생의 선언과 함께, 무림의 구석 구석에 암암리에 존재하던 어둠의 세력들이 신촌 평야로 결집하고 있었다. 지옥서생이 소환한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정파와 사파 그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로써, 강호인들이 일반적으로 '악플러' 혹은 '스패머'라 칭하는 이들이었다. 더불어 지하세계에 있던 공인받지 못한 무림 이교도들 역시 그 세력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들 개개인은 보잘것 없는 이들이엇지만 다수가 모이니 그 세력은 강호 그 어떤 문파보다 강대해졌다.
그들의 중심에는 지옥서생이 있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된 것이었다.
" 결국은 예언이 사실이었군요... "
" ......!! "
" ......!!"
허름한 초옥에 도인 복장을 한 일단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가슴에는 형이상학적인 문양의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 우리 교도들도 양단간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그들 중 한명이 조심스레 입을 열자 반대편에서 다른 한명이 시니컬한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 .... 어패가 있소이다. 지옥서생은 무림을 뿌리까지 없애려는 자. 그와 같은길을 걷는다는 것은 짚을 짊어지고 불덩이에 뛰어드는 모양세올시다...."
" 그렇다고... 상대가 안될것을 뻔히 알면서 계란같은 힘으로 바위를 친다고 달라질것이 있겠소이까? 최대한 그와 동조하며 본 교의 명맥만이라도 남게 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
두 인물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으나 나머지 인물들은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게중에 좌장인듯한 이가 입을 열었다.
" 한가지... 우리가 간과하는게 있소이다...."
" .....? "
" .....? "
" 지옥서생의 소환에 응한 이교도 중에.... 파산교(破産敎)가 있소이다.... "
그말에 모여앉은 이들이 극도로 침중한 안색을 띄기 시작했다. 파산교는 바로 자신들의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뗄레야 뗄수없는 그림자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 ...... 그렇다면.... 말은 다한셈이구려....지옥서생에게 우리 문파의 잡초 하나 안남고 뿌리채 뽑힌다 하여도...파산교와 같은 길을 갈순 없잖소이까..... 우리 지름신을 숭배하는 지름교도에게 그보다 더한 치욕은 없을터. "
게중에 한명이 간신히 입을 열자.... 나머지 인물들은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심지어 지옥서생의 편에 서자고 말하던 이조차도 파산교의 이야기가 나오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그들 지름교도들에게 파산교도는 세불양립의 존재였던 것이었다.
일행의 좌장인 인물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제들이여... 이것이 우리 지름교의 운명이라면 달게 받도록 합시다. 교주님께서도 우리의 의견과 틀리지 않을것입니다"
그리고는 가슴에 두손을 교차시킨 자세로 엄숙한 목소리로 지름교의 기도문을 선창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지름신, 이름이 외경히 여김을 받으시옵고 … 우리를 저금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신용불량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카드와 현금서비스와 돌려막기가 주님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다른 인물들도 가슴에 두손을 교차시킨 상태에서 함께 기도문을 암송했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오른 팔을 하늘을 향해 내뻣으며 비장한 표정으로 일시에 외쳤다.
" 질러라!! "
<쳅터 1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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