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수 천년 동안 민중 속에서 숨쉬어 왔다. 동화의 생생하고 다양한 테마는 문체형식을 포함하여 우리의 관습 속에 자리잡아 왔고 그 신비롭과 환상적인 세계는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다. 민중에게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 동화가 지닌 매력은 대다해서 독자나 작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 동화는 민중이 만들어낸 완전히 독창적인 산물이며 진정한 민족유산이 되고 있다. 사회계층이 형성되기 이전의 민중에겐 동화가 그들의 안전한 예술이기도 했었다.
이런 수 천년에 걸친 전통에서 이어져 내려온 전래동화에 대해 새로운 동화를 창작하려는 조심스런 시도들은 민속학과 종종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작가들은 대담하게 전통을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작품 속에서 주제의 습관적인 사용과 먼 옛날의 상상력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문체를 따랐다. 따라서 구비문학과의 완전한 단절은 일어나지 않았다. 민중의 전통은 위기와 총체성을 극복하면서 변화되기는 했으나 결코 사라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창작 동화는 전래 동화의 적대자로서가 아니라 연계성을 갖으며 발전되었다. 작가의 세계관과 방법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민중이 설화 속에서 변형된 수많은 판본들을 접하게 될 때 전래동화와 창작동화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창작동화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오랜 전통을 지닌 민속의 계승자라는 점이다. 동화는 대부분 아동을 위해 만들어 졌는데, 많은 동화의 주제와 형상이 여전히 성인들의 진지한 흥미의 대상으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속에서는 이미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첫째로 작가들은 어린애들의 흥미에 맞는 주제와 모티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발전시켰다. 그것은 어린아이들이 착하고 슬기롭게 생각하도록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비록 동물이나 곤충, 생물들의 이야기를 썼지만 사실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때로는 교훈적인 귀한 가르침을 얻기도 하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어린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넓은 미지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막심 고르끼는 어린이를 위해서 분위기와 방법상 매혹적인 동화를 창작했다. 그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예브세이까]이다. 예브세이까는 해변가에 앉아서 물고기를 낚시질하다가 물속에 빠진다. 바다 깊은 곳의 세계는 신비롭지만 인간 세상과 똑같이 희노애락을 느낀다. 고리끼는 비록 자신의 동화에서 모든 것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자연주의자가 되지는 못했다. 바다왕국과 그 매력이 수없이 언급되지만, 다시 하늘이 보이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애쓴다. 결국 예브세이까도 돌아온다. 작가와 민중의 상상력이 완전히 일체감에 싸여있지만, 대지와 인간의 생활에 대한 애착을 여전히 엿볼 수 있다. 예브세이까가 해변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물고기가 그를 놀라게 하고 전설에서 늘상 일어나는 것처럼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바다 세계가 고향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우스꽝스럽고 하찮은 것들과 사랑스런 대상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중의 전통을 변형시키고 거기에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첨가시킨 것이 창작동화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리끼는 자신의 특유한 설화풍의 구어와 자유로운 언어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 그는 꿈과 현실의 교차, 변화무쌍한 생활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그의 독특한 언어표현력은 자먀찐, 알렉세이 똘스또이 등 많은 소비에트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알렉세이레미조프(1877- 1957)의 중편 동화는 장난감과 동물들이 한데 어울려져 환성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열두명의 검은 도적들과 동굴문을 여는 주문은 '열려라, 참깨!' 의 주문이 등장하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킨다. 이 주문은 우리를 현실세계로부터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주는 중요한 열쇠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의 마음을 통하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한 정신이 다름 정신으로 융합해 들어가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동화 덕분에 우리는 자기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 마음속에 조국애를 고양시킨다. 일족의 도덕적인 순환에 의해 민중의 영혼 속으로 더욱 몰입되는 것이다.
알렉세이 똘스또이(1883-1945)의 작품은 요정과 그들의 환상적인 춤이 지방적인 설화와 어울려 잘 묘사되어 있다. 인간과 요정, 즉 자연과의 일치감은 한 편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또한 장난감들을 의인화하여 묘사한 [대식가의 구두]는 말하고 움직이는 인형들의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망각의 피안에 두고 온 어린 시절의 세계를 회상시킨다.
꼰스딴찐 빠우스또브스끼(1892-1968)의 동화는 주로 전쟁을 배경으로 한 동물, 곤충, 꽃과 인간과의 신뢰 및 자연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으로 부상당한 말에게 자선을 베풀지 않은 필까 소년에게 불어닥친 한파는 소년을 응징함으로써 스스로 잘못을 깨닫도록 한다. 딱정벌레와 한 병사와의 신뢰관계는 전쟁의 공포에 대한 위안과 함께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승화되어 있다. 작가는 정작 등장인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며, 냉엄한 방관자로서가 아니라 선의와 인간애고 가득 찬 서정시를 보여주고 있다.
사무일 마르샥(1887-1964)의 작품은 슬라브계의 동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사계절의 달 요정을 등장시키고,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정직한 인간이 고난을 극복하여 행복을 찾은 이야기로서 한국판 콩쥐팥쥐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계모와 양녀 사이는 동서를 막론하고 늘 갈등 관계로 나타나며, 계절의 변화와 자연과 인간의 욕망 사이에 상관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 작가는 서정시와 풍자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여 그 후로 줄곧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극이나 시를 썼다.
발렌찐 까따예프(1897-1970)가 즐겨 썼던 요정과 소녀의 이야기나 무지개 꽃에 얽힌 마법의 이야기는 풍부한 서정성을 띠고 있으며 역시 환상의 세계를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그러나 노동의 신성함과 인간의 욕심이 빗어낸 우스꽝스런 소동들은 다분히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안드레이 쁠라또노프(1899-1951)의 '병사와 여왕'이라는 동화에 등장하는 바보는 때론 현명한 사람들이 생각치못한 인생의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있다. '이름모를 꽃'에서는 꿋꿋한 의지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무명꽃의 향기가 보통 꽃보다 훨씬 더 강하고 향기롭다는 이야기로서 고통 속의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레프 똘스또이(1828-1910)는 신과 인류에 대한 봉사에 전념하는 구도자를 묘사하였다. 똘스또이는 1870년대 후반에 [참회록]에서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정신적 위기를 경험하고 난 뒤 이전까지 귀족계급으로서 특권계급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바쳤던 문학생활에서 벗어난다. 그는 민중에게 성경의 진리를 알기 쉽도록 단순하고 간명하며 정확한 언어로 표현한 수많은 동화를 썼다.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고 민중들에게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밖에도 농촌생활에 관한 이야기와 여러 성자들의 전기류도 즐겨 썼는데, 그의 작품들은 러시아 민중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문화사적인 면에서 동화를 고대신앙과 사회 제도와 한데 결부시키면 원시시대를 연구하는 문화사가와 민속학자들에게 풍부한 자료를 제공한다. 따라서 신화와 민속학 연구의 밑바탕에 수많은 동화가 자리잡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대략 동화는 세 종류로- 마법 동화, 동물, 일상 생활 동화-로 나눈다. 그러나 동화에 포함된 이야기의 구조와 내용이 풍부한 공통성을 띠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르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어느 것도 독자성을 갖지 않는다. 또한 동화는 모험 이야기, 공상 이야기, 일화로 나눌 수 있으므로 이야기체 산문은 수많은 장르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동화라는 장르의 발흥은 인류역사에서 다양한 시대와 관련을 맺었다. 가장 오래된 동화의 원천은 민중의 일화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졌던 원시 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많은 동화적 동기들은 종교의식이라는 신화적 의미의 세계에서 해석될 수 있다. 민속학자 쁘로프의 견해에 따르면, 마법 동화들의 의존 관계는 과도기적인 의식에서 생겨난 것이다. 성자의 상징적인 죽음을 예상한 의식, 영혼과의 교신, 새로운 부활 등이 수많은 마법 동화의 구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동화를 형성하는 데 계몽적인 주인공에 대한 원시적인 신화가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 마법 동화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일과 신비스런 대상들은 유전학적으로 곧 계몽적인 주인공들의 활동과 관련되어 있으며, 원시 신화들의 생성원인은 동물동화에서 그 반영을 찾아볼 수 있다.
동화의 형성은 먼 옛날 신화의 원인들이 변형되고 '종교시대'에서 발굴되었으며,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을 위한 재료가 되던 원시사회의 붕괴시기에 그 경계에서 이미 발생하였다. 똘스또이에서부터 고리끼, 레미조프와 마르샥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의 작가들은 선량한 교사이며 지혜로운 대담자이며 가지가 넘치는 몽상가이며 오랜 전통을 지닌 동화의 혁신자였다. 작가들은 민중의 언어표현을 재현하는데 특별히 통달하지 않고도 이야기의 지배 원리를 수용하며 터득했다. 그런 서술 방식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며, 민중어의 전 러시아적인 특징을 재현하려는데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민중적이다. 바로 여기에서 심오한 사상에 자리잡은 힘과 명료성, 단순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