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모스크바 끄레믈(크레믈린)에서 대통령과 올림픽 선수단의 파티형식의 오찬이 있었다. 여느나라나 마찬가지로 올림픽에서 수고한 국가대표 선수단과 임원진, 코치진에 대한 의례적인 환영 행사였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소 파격적인 2부 행사가 진행되었다.
바로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러시아 메달리스트들에게 대통령 이름으로 선물 수여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 선물이라는 것이 상장이나 메달 등의 간소한 것이 아니라 다소 통이 큰 것이었다. 바로 자동차를 한 대씩 선물했기 때문이다.
메달리스트들이 받은 자동차 차종은 독일산 아우디였다. 물론 메달리스트들이 같은 모델을 일괄적으로 지급한 것은 아니다. 메달 색깔에 따라 3가지 모델이 수여되었다. 동메달 리스트에게는 '아우디 Q5', 은메달리스트에게는 '아우디A4 Allroad', 그리고 금메달리스트에게는 '아우디 Q7'이 배정되어 지급되었다. 더군다나 두 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는 두 대의 아우디가 선사되었다.
이번 환영행사의 뜬금없는 자동차 수여식 퍼포먼스는 4년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들에게 선전을 독려하는 동시에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근래들어 가장 안좋은 성적(금3, 은5, 동7)을 냈다. 한 개의 메달도 못 획득하고 귀국하는 국가가 과반수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양호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계올림픽 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에서도 강대국으로 명성을 날리던 예전 러시아의 위명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러시아 내 분위기이다.
메드베제프 대통령과 푸틴총리는 이번 동계올림픽 성적에 대해 실망감 어린 언사를 올림픽 폐막직후 내비친적이 있으며 특히 메드베제프 대통령은 남자 아이스하키팀이 메달권에도 진입 못한 현상에 대해 매우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뒤늦게 선수들에게 포상금 액수를 높이는등 당근책을 내놓았지만 성적의 반등을 이루지는 못했다.
다만 이번 자동차 수여식은 메드베제프 대통령의 의도대로는 풀리지 않은 모양새이다. 이번 자동차 선물 퍼포먼스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기 보다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차를 선물 받은 메달리스트들 중에서도 일부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러시아 언론사 '리아 노보스치'의 보도에 따르면 피겨종목 은메달리스트인 플루셴코와 러시아 첫 메달리스트이자 두 개의 메달(은, 동)을 획득한 스코브레프 등 일부 선수들은 자동차 선물을 받자마자 곧장 바꿀 의향을 내비쳤다고 보도하고 있다. 공식적인 이유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서', '보다 좋은 차종으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통령의 선물을 받자마자 탈 의향이 없다고 의사표현을 한 것은 무언의 반감표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 선수는 원래 지급할거라 언급되었던 폭스바겐 모델이 아니어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스포츠 선수가 되어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것이 자동차를 받기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선수도 있다.
물론 모든 선수가 불만을 나타낸것은 아니다. 바이에슬론 금메달리스트인 올가 자이체바의 경우 '내가 언제 이런 비싼차를 사겠는가'라는 코멘트를 하며 만족을 나타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불만섞인 인터뷰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 있어 이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성적으로나 선수단 내부적으로나 처음부터 끝까지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