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TV 방송 중에 매년 새해만 되면 어김없이 방송되는 신년 특별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중에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은 채널 러시아의 '갈루보이 아가뇩(Голубой огонек, blue light란 의미)'이란 명칭의 프로그램이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한번에 찍는 TV방송용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테이크를 나누어 영화처럼 제작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송시간은 무려 3시간이 넘으며 당연히 이 프로그램은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화 방송이다. 신년 전후로 다수의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러시아 수퍼스타들은 특별한 몇 개의 방송을 제외하고는 사전녹화를 통해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갈루보이 아가뇩은 방영 몇 달 전부터 촬영이 시작된다. 참고로 2010년 1월 1일 자정에 방송된 촬영분은 총 8일에 걸쳐 찍었다고 한다.
1962년 소련시절 최초로 등장한 이 프로그램은 평소에 한자리에서 보기힘든 러시아 유명스타들이 등장하며 가수와 배우들은 러시아인이 애창하는 곡들을 열창하고 코미디언들은 새해맞이 덕담과 만담을 보여준다. 우리식 표현으로 하자면 집단 MC체제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 연말 시상식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스타들은 방송용 매인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자신의 차례가 되면 무대로 나서는 형식이다. 러시아에 딱히 시청률이란 개념이 희박하기에 얼마나 많은 러시아인이 보는지는 통계가 나와있지 않지만 40대 이상 러시아인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신년을 축하하는 경우가 꽤 일반화되어 있다고 할 정도이다.
현재는 일반인들이 방청객으로 동원되고 있지만 공산주의 시절에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영웅들인 우주비행사나 전쟁영웅, 러시아 지역에서 추천받은 노동자들만이 방청객으로 초대를 받을 수 있을만큼 일반인은 참여조차 어려운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2010년 갈루보이 아가뇩의 마지막 녹화현장(2009년 12월 20일 분)이 벌어진 샤볼롭스크의 모스필림 촬영장을 이미지들과 함께 소개해본다.
이날 촬영에는 총 7대의 방송 카메라가 동원되었다.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 악단, 여기서 비밀아닌 비밀 하나. 이들은 방송중에 연주를 하는듯 모션을 취하나 실제 음악은 MR(Music Recorded)로 대체된다.
이날 방송의 방청객들. 다들 형형색색 새해에 걸맞는 복장을 갖추고 앉아있다. 이들은 이날 방송 출연을 통해 300루블(USD 10$) 정도를 수고비로 받는다. 밤 12시가 넘어가면 시간당 100루블이 추가로 지급된다. 꽤 박한 아르바이트 비용이지만 이들은 돈보다는 스타를 인근에서 본다는데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진행요원이 방청객들에게 음악이나 노래가 나올때 해야하는 율동과 모션에 대해서 미리 숙지시키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나 방송은 '만들어지는 것'이란 느낌이 든다.
무대 사이드라인의 방청객들. 매인홀의 방청객들이 의자에 앉아서 방송에 참여하는 것에 방송 내내 서있어야 하며 음악이 나올때마다 춤을 춰야하는 등 다소 힘든 자리이다. 하지만 이 자리는 젊은 방청객들에게 선호된다. 왜냐하면 힘든만큼 방송 화면에 더욱 빈번하게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조용필이라 할 수 있는 필립 끼르꼬로프. 러시아 국민가수인 알라 뿌가쵸바의 전 남편이다. 러시아의 40대 이상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남성 스타라 할 수 있다.
방송 전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방청객들
방송이 끝나면 뒷 정리를 하기 위해 대기중인 방송사 환경 미화원들.
신년 특별방송 '갈루보이 아가뇩 2010'에 출연한 러시아 미녀가수 알수의 열창 모습. 곡명은 '녜바(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