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킹의 '공산주의의 몰락'은 세계 여러국가에 번역되어 출판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비에트 공화국 시절의 러시아를 알수 있는 믿을만한 도서이다. '공산주의의 몰락'에 보면 몇 가지 재미난 사실을 알수 있다. 그중에 제일 인상적인 것은 스탈린 시대의 사진과 삽화, 예술작품의 조작에 관련된 내용이다. 책을 보면 작가는 원본 사진과 조작된 사진을 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어느부분이 조작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에서 제외된 인물들은 정치적으로 숙청당했거나 사상적으로 배제해야될 인물들 이었다.
저자인 데이비드 킹은 오랫동안 공산주의 체제시절 러시아의 문서자료와 사진자료, 삽화자료들을 모아왔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자료들을 모아서 1998년에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사진-삽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책에 소개된 조작된 사진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위 사진은 1920년 레닌과 끄루쁘스까야가 러시아 까쉰의 전기열차역 개통식에 참여했을때 찍은 사진이다. 레닌을 중심으로 사진의 전면에는 까쉰 지역 아이들이 위치해있고 후면에는 지역 유지들(부농들)이 자리하고 있다.
19년이 지난후, 사진에서 레닌 후면에 있던 부농들과 어른들이 모두 지워진 채로 등장한다. 심지어는 몇몇 아이들까지 사진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어른들이 있던 부분은 모조리 검은색으로 채색되어졌다. 이 당시 볼셰비키들은 까쉰지역 대부분의 성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벌였었다.
스탈린과 공산당 간부들이 모스크바강과 볼가강을 연결하는 수로를 순시할때 찍은 사진. 숙청된 인물은 과감히 사진속에서 지워졌다.
연결된 사진중에 위의 사진은 1938년 공산당 간부들과 인민의원, 그리고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임원들이 모여 찍은 사진이다. 아래사진은 1949년 조작되어진 사진이다. 뒷줄의 몇몇 인물들이 사라졌다. 역시나 정치적으로 숙청되었거나 사상적으로 스탈린과 대치되던 정적들이다.
위 사진은 스탈린의 평상복을 입고 어딘가를 나서는 모습이다. 왼쪽사진에 수행인으로 보이는 어느 인물이 스탈린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두번째 사진에는 그 인물이 사라졌다. 소비에트 연방의 최고 우두머리에게 '갈길을 알려주는 것'은 가당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위에 사진은 등장 인물들이 없어진 경우가 아닌 글자가 뒤바뀐 경우이다. 원본사진은 1917년에 혁명기념일에 찍힌 사진이다. 연속된 사진중에 위 사진의 상점 간판은 '시계, 금.은'이라고 적혀있다. 소위 금은방인 셈이다. 그리고 군인들이 들고 있는 깃발은 단지 적색 색깔만이 들어간 단순한 깃발이다. 하지만 아래사진의 간판에는 '투쟁(전투)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라!' 라고 적혀있다. 혁명과 관련된 중요한 사진에 금은방 간판은 어울리지 않기에 지워버리고 다른 문구를 집어넣었다. 더불어 깃발에는 '군주제에서 벗어나자!' 라고 적혀있다. 선동정치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사진자료들에 나름 의미심장한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다.
위 사진은 1920년 7월 19일 레닌이 뻬뜨로그라드(현 쌍뜨 뻬쩨르부르그)에서 연설을 할시에 찍은 유명한 사진이다. 이 사진은 당시 유명한 사진작가인 빅떠르 불라가 찍은것으로 제 2회 코민체른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었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진 오른쪽 상단에 태극기와 비슷한(?) 깃발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1924년 2월 17일에 원본 사진은 다른형태의 조작된 사진으로 재공개된다. 청중들이 끝없이 몰려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 사진은 두개의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바로 이 사진과 합성한 것이다. 이쯤되면 합성을 일찌감치 활발히 사용한 국가는 소비에트 시대의 러시아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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