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도원결의(桃園結義) 3-2
블도자는 지옥서생(地獄書生) 리드미 라는 명호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블로그 강호 내에서 인문학과 웹문화에 관련된 무공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써, 시선 (詩仙)을 꿈꾸는 블로거라는 것이었다.
현 블로그 강호의 절대강자중에 한사람이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 너희 .. 블펌로거 악당들아... 내 예전에 너희들에게 한번의 기회를 줬거늘.. 또 남의 포스트를 훔치려 드느냐? 그 때 너희들이 내게 맹세한 것을 기억하느냐? "
3인조 블펌로거는 지옥서생 의 발밑에 엎드려 땅바닥에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 지...지옥서생 나리... 요.....용서하소서... 저희도 죄과를 뉘우치고 스스로 작성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았으나... 신변잡기를 쓰는 것만으로는 강호라는 호수에 저희들의 존재감을 알릴수가 없었나이다... "
" 오호~ 겨우 그 방문자 수 따위에 연연하느라 다시금 포스트 도적질을 시작했다? "
" 그... 그러하나이다... 강호에 저희같은 하수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려면... 고수 블로거들과....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만만찮은 내공이 담긴 글을 쓰는 블로거들의 포스트만 있으면... 방문자의 수가 신변잡기를 쓸때와는 틀리기에...... "
지옥서생의 눈가에 귀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 네 녀석들에게 일전에 '무림일선' 의 블로그 강호에 대한 <펌> 예의에 관련된 포스트 링크를 뇌리에 박아 넣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 "
삼인조 불펌로거들은 지옥서생과 눈을 마주칠 수 없어 머리를 땅에 쳐박은채 벌벌떨기 시작했다. 블도자는 저 호리호리하게 생긴 서생의 어떤면이 저들에게 그렇듯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암요...암요....기억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찌 잊겠습니까.... "
" 다...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용서하소서...."
지옥서생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아니 아니... 그런 이야기는 지난번에 실컷 들었다.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만 나 리드미 의 별호가 지옥서생(地獄書生) 이다. 두세번 용서하는 성격이었다면 내 별호에 '지옥'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겠느냐?
일전에 내가 경고한데로.... 네 녀석들의 이리 저리 뒤죽박죽 섞인 괴이한 포스트를 모조리 폐쇠시키고 아이디 및 닉네임을 삭제해 버리겠다. 어줍짢게 만들어 놓은 계정 역시 날려버리겠다. "
불펌로거 삼인조는 그야말로 까무러치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로 몸을 떨어댔다. 이제 그들의 블로거로써 쌓아놓은 모든것이 없어지는 순간이 온것이다. 블도자는 그들이 측은해 지기 시작했다.
" ... 온블촌 의 블도자가 지옥서생(地獄書生)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
" 응? '탕마존자(蕩魔尊者)'가 말하던 도원결의 촌으로 갈거라는 블도자가 자네였구먼? "
" 예? 아... 탕마존자 를 만나셨습니까? "
" 그랬지... 그 시커먼 노친네가 내집 앞마당까지 쳐들어와 ' 온블촌에서 온 블도자란 녀석이 도원결의 촌으로 가니 잘좀 부탁한다 ' 라는 덧글을 6개나 달고 갔느니.... 게중에 5개를 지우느라 고생좀 했지. 그래서... 이달 중순에나 출발하려 했던 도원결의 촌으로 지금 자네를 찾아 가는 중이었다네 "
블도자는 지옥서생(地獄書生) 이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었다고 하자 너무나도 의외였기에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지옥서생(地獄書生) 은 눈에서 귀기를 걷어올렸지만 여전히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 그 시커멋고, 목소리만 큰 노친네가 자네를 잘 봤는 모양이더군.... 뭐 자세한 이야기는 이 악당들의 무공을 폐쇠하고 계속하세나 ! "
" 서...선배님 저...저들을 한번 더 용서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지옥서생(地獄書生) 은 표정의 변화는 없었으나... 기이하다는 눈빛으로 블도자를 쳐다보았다.
" 자네의 포스트를 훔치려 했던... 도적들을 용서해 준단 말인가? 저녀석들은 용서해 준다고 해서 개과천선할 종자들이 아니라네. 어줍짢은 동정심으로 인해 다른 블로거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
" 저도 불펌질이나 하는 이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쨓거나 저들도 강호의 한 일원이지 않습니까? 포스트 제목 앞에 <펌> 이라던지 출처링크를 밝히게 조금 더 교육을 시키면... 저들로 인해 나름대로 다양한 정보를 얻는 이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
" 소형제는 꽤나 낭만적인 상상력을 가지고 있구먼... 뭐 ... 자네가 그렇다면 무공을 폐쇠하는 것은 보류하겠네.... 처음 보자마자 험한 모습 보이는 것도 그렇고.... "
블도자는 지옥서생(地獄書生) 이 순순히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자 그에게 깊이 포권해서 감사를 표했다.
" 너희 블펌로거들 들어라.... 대다수의 블로거들은 자신의 글을 퍼가는것에 관대하느니라. 대신 'ctrl + c' 로 글을 긁어다가 새로운 포스트로 둔갑시키는 것보다는 링크를 하는 것이 예의니라. 그것이 여의치 않을시에는 적어도 덧글 혹은 방명록 쯤에 한줄 남겨주면 되느리라. 그게 그렇게 어렵더냐.... 내 소형제의 요청으로 너희의 무공을 폐쇠하는 것은 참겠으나.... 대신에....... "
블펌로거 삼인조는 염라대왕전 앞에까지 같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심정이었기에 지옥서생(地獄書生) 이 무슨 말을 하든지 지킬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뭐...뭐든지 하명하소서... "
" 뭐....별거 아니다.... 내가 간혹 하는 ' 책 나누어 드립니다 ' 행사를 벌여 블로거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는데... 이번에 급히 출발하느라 택배를 부르지 못했다. 너희들이 내 집으로 가서 마당에 쌓여있는 책들을 보내주기로 한 블로거들에게 전달하도록 하거라 ! "
" 네넷... 알겠습니다 ... 강호 끝까지라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
지옥서생(地獄書生) 은 이젠 3인조에게 별 용무가 없다는 듯....예의 표정없는 얼굴로 블도자를 쳐다보았다.
" 소형제, 가세나 ! 여기서 도원결의 촌은 그리 멀지 않다네 ! "
" 예, 선배님 ! "
지옥서생(地獄書生) 과 블도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는 3인조를 내버려둔채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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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은 따끔한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