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학 동창이 생일이었던 피치못할(?) 사정으로 밤늦게까지 종로와 인사동을 헤메고 다녔었더랬습니다. ( 덕분에 아침에 출근하는게 꽤나 힘들었습니다) 1년전 월드컵 열기에 밀려 잘 못챙겨준 친구의 생일을 이번에는 제대로 챙겨주자며 대학동기들과 굳게(!)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스크림 케익도 사고, 선물도 사고,,, 이제 남은것은 그 친구를 왕자 만들어 주는 일만 남은거였지요 ,,, 게다가 그 친구는 꽃같이 화사한 여자친구도 데리고 나왔더군요 ...
다들 모여서 '축하한다', '잘태어났다' ... 등등등 최대한 그 친구를 띄어주기 경쟁을 벌여주고 ... 생일도 생일이지만 동시에 그 친구 여자친구에게도 당신 남자친구는 멎진 사람입니다를 각인 시켜주기 위해서 우리모두는 정말 몸바쳐 노력했었습니다....
그 런 데 ...
축구를 하더군요 ... 우리는 어제 국가대표 경기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우리의 머리속에서 " 친구의 생일 "이란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TV가 등뒤에 있던 관계로 사람들이 환성을 지를때마다 뒤돌아 보는게 목에 부담을 주기에 과감히 돌아 않아 시청에 열을 올렸고 , 다른 친구들도 저랑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럴때 그 친구랑 그친구의 여자친구랑 둘이서 잘 놀아주면 고마우련만, 그 꽃같이 화사한 여자친구분도 TV화면에 나오는 선수들 이름을 줄줄이 중얼거리시며 축구에 열을 올리시더군요... 유일하게 축구에 별로 신경을 못 쏟고 있던 생일맞은 친구는 아마 작년 이맘때를 회상하고 있었을 겁니다.
어느덧 국가대표 경기는 끝나고 ... (아시다시피 0:1 패배였습니다. ) 2시간 전의 저희들 머리속에 깔려있던 '친구생일 잘 챙겨주기9.0 버젼' 과 ' 친구 왕자만들어주기 8.0'버전은 완전히 삭제되었고, '코엘류 감독의 한국축구 3.0버전'이 새로 깔리고 ''안정환은 왜 안나온거야 1.0버전'이 새로 깔리거나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생일맞은 친구는 분위기를 자신에 생일에 맞추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론은 대실패 ... 여전히 축구얘기하느라 분위기는 완전히 월드컵때 분위기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는 무르익을데로 무르익고... 술은 먹을만큼 먹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머리속이 포맷된 우리들은 완전히 본색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말로 그 친구의 화려한 생일 축하의 대단원을 장식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