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사회적 경제에 걸맞는 조직체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여야 유력후보 세 명의 경제정책 기조는 공히 ‘경제 민주화’다. 공약에 내용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들이 말하는 경제 민주화에는 자본주의사회의 어두운 면인 부의 편중, 양극화, 승자독식논리 등을 타파하고 빈부격차 해소, 보편적 복지 등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말 대선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경제 민주화’가 사회의 화두로 급격히 부각되었지만 그간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와 폐단에 대한 해결책들은 꾸준히 제시되어 왔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공유경제, 마을기업에서부터 몇 해 동안 중앙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육성되고 있는 사회적기업, 민간주체의 생협이나 자활공동체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의 근간에 협동조합이라는 토양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아는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이라하면 농수협 외에는 딱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사회는 탐욕적 자본주의의 대안경제 주체로 협동조합을 바라보고 있다. UN은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고 우리 국회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협동조합 기본법‘을 제정, 공포하고 금년 12월 1일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지자체들은 협동조합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 및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차원에서는 영세상인 조합에 내년부터 지원(사업비의 80%이내)을 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유력 대권후보는 차기정부에서 협동조합을 집중 활성화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조합 설립에만 지원이 집중되어있다는 인상이 있지만 환경적으로 협동조합하기가 과거에 비해 좋아진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12월 1일자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협동조합은 발기인(조합원) 5인 이상이면 금융 및 보험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영역에서 설립(협동조합은 법인,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할 수 있다. 이말은 다섯 명 이상의 뜻이 맞는 이들만 있다면 협동조합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양한 설립지원 프로그램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협동조합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다수의 사전에서 협동조합[cooperative, 協同組合]의 개념을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고 힘을 한데 모아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경제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접근은 더이상 협동조합에 대한 정의(定義)라고 할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는 협동조합들은 더이상 협동조합이 소외된 이들의 연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협동조합 성공사례로 가장 빈번하게 회자되는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는 120개가 넘는 협동조합의 결합체로 스페인에서 기업규모 10위다. 스포츠 클럽 FC바르셀로나는 12만명의 축구팬이 결성한 협동조합(생협형태)이고 세계적인 통신사 AP도 그 시작은 뉴욕 6개 언론사가 공동취재를 위해 결성한 협동조합이다. 웰치스는 미국내 12,000여개의 포도농가가 연합해 만든 협동조합이며, 로프키리는 2006년 은퇴한 여성들이 모여 결성한 실버요양 협동조합이다. 여타 썬키스트(미국), 헤어디자이너 협동조합(호주), 정비소 협동조합(호주), 택시운전사 협동조합(르완다)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있다. 1%와 99%로 구분되어지는 양극화 시대에 협동조합이 가장 의미있는 대안경제 수단으로 폭넓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더이상 사회적 약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인백보불여백인일보(一人百步不如百人一步)’라는 문구를 들어본적이 있을것이다. ‘한 사람이 백걸음을 걷는 것보다 백사람이 한걸음을 걷는 것이 낫다’라는 의미이다. 조금 의역하자면 혼자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더 멀리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같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일게다. 이말은 앞만보고 달려가야 된다는 무한경쟁 자본주의시대의 논리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표현이며 어찌보면 협동조합이라는 대안경제, 사회적 경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 협동조합시대를 맞을 준비 되어있나?
협동조합 기본법은 의미있는 시도이고 쌍수들고 반길만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 협동조합 유형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협동조합과 일반 협동조합으로 양분해 놓아 사회적협동조합을 비영리법인으로 인정하고 다른종류의 협동조합은 일괄적으로 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부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원래 영리부문과 공공부문 사이에 위치한 비영리조합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 체계에 맞지 않아 일반 협동조합은 법인으로 보고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 이분법 구분이 되어버렸다. 이는 법인으로 구분된 협동조합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정의에 이미 공익성(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이 내포되어 있음에도 굳이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영역을 따로 분리한 것은 뭔가 어색하다. 협동조합이 일반 기업들과 다른 것은 벌어들인 수익이 조직내 지분(조합원 1인의 출자좌수는 총 출자좌수의 100분의 30)을 많이 점유하고 있는 특정 주주 한 두 군데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수많큼 재분배, 재투자 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조합 구성원(조합원)의 복지증대를 목적으로 하고있다. 그런 의미에서 협동조합은 영리기업이 아닌 사회적 성격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협동조합 기본법의 키워드처럼 회자되는 ’5인 이상의 발기인만 있으면 조합 설립이 가능’하다는 부분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문구 자체는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기본법 내 다른 조항들을 보면 딱 5명만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협동조합을 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더불어 정부 및 지자체의 협동조합 지원금액을 노리는 ‘꾼’이나 ‘가짜조합’의 발흥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분명 차후에 문제점으로 부각되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 1인창업에게 협동조합의 의미는?
스타트업과 1인창업(기술, 지식, 제조)에게 있어도 협동조합은 고려 대상일 것이다. 분명 여러 스타트업들이 좋은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협동조합으로의 전환 혹은 연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것이다.
같은 업종, 업태의 스타트업 & 1인기업이 협동조합 형태로 합종연횡 하는 형태도 있을 것이고, 분야에 상관없이 뜻이 맞는 스타트업들이 조합을 꾸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회 형태의 협동조합을 결성할 수도 있을것이다.
스타트업 & 1인창업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적 지원, 투자, 멘토링,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서비스 및 상품을 소비해줄 사용자일것이다. 브랜드가 미미한 스타트업이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알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여러 난관이 있다. 아무리 정부, 지자체 차원의 시장개척, 판로개척 지원이 있다고 해도 한정적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정수 이상의 사용자(소비자)가 조합원이라면 어떨까? 조합에서 생산한 것을 조합원이 소비해준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불필요한 홍보 및 판로개척에 대한 고민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조합원은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기존서비스 및 상품변경을 요구할 수도 있고 자신의 삶에 필요한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해 조합은 서비스 및 상품을 구현하는 것이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형태는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 숫자를 늘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좋아요 숫자는 해당 페이지를 만든이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자신에게 유익하거나 자신의 취향과 비슷하기에 취하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다. 이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에게 그대로 대입하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민주적이고 열린구조이다.
혹은 창조적 잉여 실험실과 같은 협력형, 실험형 협동조합도 좋겠다. 이 조합의 대전제는 협동조합내 구성원(조합원)들이 원하는 서비스의 구현에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멘토 등으로 구성된 조합원이 모여 자신들이 원하는 웹서비스 혹은 모바일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형태이다.
협동조합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토대
협동조합 설립의 장벽은 분명 낮아졌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아무리 사회적 경제에 도움이 되는 취지를 가지고 설립했다고해도 꾸준히 유지되어 조합원 및 사회에 도움이되지 않는다면 그 존재가치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수익이 딱히 없다고 해도 조합원들이 만족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이웃나라 일본은 20%, 스위스의 경우 거의 전 국민이 어떤 행태이든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 협동조합에 소속된 이는 2%에 불과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바라건데 협동조합의 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시도가 등장해 성공적으로 우리사회에 정착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