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겨울은 누구나 알다시피 길고 춥다. 야쿠츠크나 살레하르드와 같은 시베리아 지역 도시는 영하 50도를 기록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은 소식이다. 겨울철 평균 영하 10도를 기록하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러시아 영토에서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라고 할 정도이다.
이런 겨울철 모스크바 지하철역이나 열차 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것이 견공들이다. 그것도 제법 덩치가 있는 종들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겨울철 혹독한 외부환경을 피해 지하철로 내려온 집없는 유기견들이다.
러시아는일반 가정의 경우 애완견이나 고양이 한 두 마리 키우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동물주인이 자신의 먹거리보다 동물 먹이를 더 신경쓴다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동물사랑이 극진하다. 하지만 90년 초반 공산주의 붕괴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이 한동안 지속되자 주인없는 유기견이나 고양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이때 이후 모스크바 지하철의 견공들은 겨울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유기견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기견들이 지하철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역 내부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열려있는 장소이자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유기견들 상당수가 제법 덩치가 있고 지저분하지만 러시아 승객들은 이들을 낮설어한다거나 피하지 않는다. 온순해 보일경우 쓰다듬어 주거나 먹이를 주는등 관심을 가져준다.
비단 유기견들을 지하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주지역에서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거나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들고 돌아오는길에 인간 뒤를 졸졸 따라오는 유기견들을 보는 것은 그리 낮선일도 아니다. 먹을것을 달라는 무언의 시위이다. 혹은 아파트 1층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다 사람이 오고갈때 냉큼 아파트 내부로 따라 들어가는 형태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외부날씨에 비해 아파트 내부는 따뜻하기 때문이다.
몇해 전 지하철 견공들에 대한 재미있는 심층보도가 나온적도 있었다. 지난 2009년 러시아 방송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도시 외곽에 사는 유기견들이 도심으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출근했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퇴근한다는 내용을 내보낸적이 있었다. 그만큼 유기견들에게 모스크바 지하철은 러시아 혹한에서 살아남기 위한 장소이자 수단이 된 셈이다.
날씨가 따뜻할때면 버려진 개들을 지하철과 거주지역 외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간간히 꽤나 몸값이 높은 견종들도 보인다. 간혹 사람을 습격한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그런 경우는 뉴스에 나올정도로 극히 드물다. 대체적으로 거리 패스트푸드점 인근에서 인간에 의해 버려지거나 던져준 음식을 기다린다. 이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먹거리를 든 인간을 향해 짖어 음식을 떨어뜨리게 유도하는 생존의 꼼수도 있다는 풍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