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우크라이나 발 기사들의 주요 키워드의 하나가 피멘(FEMEN)이라는 여성단체의 퍼포먼스입니다.
한때 우크라이나 언론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이 단체가 최근에는 자국 언론뿐만 아니라 전세계 외신 기자들 까지 퍼포먼스 현장으로 몰리게 만드는 주목받는 인기(?) 단체가 되었는데요.
이 여성단체 회원들의 퍼포먼스가 주목받는 것은 퍼포먼스의 내용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들의 시위방식에 집중됩니다. 바로 노출을 통한 시위방식입니다.
일부에서는 힘없는 여성들의 가장 효과적인 대중 홍보 수단이며 파격이라 부르기도 합니다만, 선정적이며 자극적이란 비판도 따라다닙니다. 본말전도란 말이겠지요.
모피반대 시위를 펼치는 페타(PETA)등의 누드시위가 다소 관심권에서 멀어진 현재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여성 단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각설하고, 피멘이 요 열흘 사이에 제법 인상적인 3건의 새로운 퍼포먼스를 펼쳤는데요.
첫번째로 우크라이나 키예프 시내에서 투자 사기로 인해 아파트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해야 한다는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이들은 건설되다 중단된 아파트 건물 앞에서 상반신을 노출한채 건설장비를 들고 퍼포먼스를 펼쳤는데요. 이 아파트는 시공 업체가 부도나면서 건설이 지연된 상태입니다.
두번째는 우리나라 공중파에도 소개되었던 언론의 날에 벌어진 기사 검열·대가성 기사 반대 시위입니다.
이들은 언론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반대하고, 언론인들 역시 외부의 청탁과 댓가를 받고 기사를 써선 안 된다고 외치면서, 입고 있던 청바지 등 옷을 하나씩 벗고, 찟는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이들이 이런 퍼포먼스를 펼친 의미는 청바지를 뜻하는 '진'이란 단어와 우크라이나 슬랭으로 '댓가를 받고 쓰는 기사'라는 단어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키예프 기차역에서 벌어진 1인 시위인데요.
실제 임신중인 피멘 회원이 '아이를 팝니다'라는 러시아어와 영어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더불어 배에는 '메이드 인 우크라이나'라는 글귀를 새겨넣었습니다.
이 퍼포먼스의 의미는 현재 범죄조직과 연계되어 우크라이나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씨받이, 즉 대리모를 비판하는 퍼포먼스입니다. 얼핏보면 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나이지리아의 '아이공장'이 떠오르는데요.
최근 미주 및 유럽국가 불임부부 들이 우크라이나와 인도 등에서 대리모를 구해 출산을 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데요. 미주지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을 경우 건당 수억에 이르지만 인도와 우크라이나의 경우 수 천만원의 사례만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아이장사에 범죄조직이 연루되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왔습니다.
이 대리모 비판 퍼포먼스는 피멘의 창립취지인 '우크라이나 여성의 인권보호'라는 원정체성과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