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안티파'라고 불리우는 단체가 있다. 안티파는 '안티파시스트 연합'의 줄임말로써 푸틴 현 총리의 대통령 재임시절과 현 매드베제프 대통령 정권을 국민을 억압하는 파시스트 정부로 규정하고 파시즘에 맞서 인권 및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시위와 집회를 빈번하게 열고있는 단체이다. 또한 이들은 정부 말고도 민족주의, 인종주의, 사회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 협오, 베타주의 등도 파시즘으로 규정하는 원리를 가진 단체이다. 그렇다고 과격한 시위를 한다거나 폭력시위를 하는 단체는 아니다. 비록 집회에서 거론되는 비판은 신랄하기 그지없을지라로 주변에 해를 끼치는 시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민단체이다. 다만 아직까지 규모면이나 시위의 일관성, 통일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다.
21일 이 단체의 회원 120여명이 붉은 광장 인근 무명용사의 무덤(꺼지지않는 불꽃)으로 모여 헌화를 하는 무언의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마스크와 목도리, 스카프 등으로 입을 가린채 거의 침묵에 가까운 모습으로 묵묵히 순서대로 무명용사의 무덤에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이러한 모습을 연출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다. 지난 16일 이 단체의 리더로써 활발하게 정부비판 활동을 하던 이반 후토르스키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그 첫번째요. 두번째는 후토르스키의 죽음을 사주한 권력에 대한 항의가 두번째 이유이다. 후토르스키는 자신의 집 현관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안티파 회원들은 이 죽음이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는 극우단체의 소행이라 판단하고 있다.
안티파의 회원이 아니라면 어느 중소 시민단체의 시위정도로 치부될 수 있는 시위현장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평소라면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했던 무명용사의 무덤으로 가는길이 공원 입구에서부터 경찰의 통제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출입을 막은것은 아니었다. 다만 공원 입구에서 러시아 경찰은 헌화용 장미를 제외한 피켓과 현수막, 촛불들이 모두 압수하고 소규모 인원만을 차례대로 입장시키고 퇴장시키는등 안티파 회원들이 밀집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 경찰들이 과격 시위 및 유언비어 유포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명목하에 피켓들은 압수하는 풍경이야 하루 이틀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촛불시위를 방지하기 위해 양초를 압수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유난을 떤다 할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시청에서 화재우려를 이유로 양초박스를 압수하던 우리네 경찰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풍경이었다.
아래 이날 안티파 회원들의 추모시위의 전경을 올려본다. 안티파 회원들은 24일에도 러시아 각 도시에서 후토르스키를 애도하는 소규모 시위를 펼쳤다.